이전 동계올림픽과 가장 큰 차이는 지상파3사가 중계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이 줄고, JTBC의 접근성이 지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 보니 덜 찾아보게 된다는 것이죠.
실제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전국 가구 기준)에 따르면 지난 6일 컬링 믹스 더블 2부 시청률은 2.5%, 지난 7일 방영된 컬링 믹스 더블·루지·피겨스케이팅 단체전 2부 시청률은 1.7%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시청률은 오르고 있습니다. 10일 경기엔 7.7%까지 시청률이 나오긴 했습니다. 다만 과거 3사의 시청률을 합친 만큼의 몫인지 생각해보면 전반적으로 낮은 건 사실입니다.
정상편성을 한 방송의 피해는 미미했습니다. 지난 7일 방영된 MBC '전지적 참견시점'의 시청률은 3.5%로 지난달 31일(3.4%), 지난달 24일(3.6%)과 비교해 차이가 거의 없었죠. 같은 시각 ‘컬링 믹스 더블 대한민국 대 체코전’이 열렸지만 시청자 이탈은 없었던 셈입니다.
지상파에서 중계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파생 효과들도 있었습니다. 우선 방송 보도도 급감했습니다. KBS·MBC·SBS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당일인 2월4일 메인뉴스에서 각각 3건·5건·3건의 보도를 냈으며, 개막식 다음날엔 8건·6건·6건의 보도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 개막식 당일과 다음날 보도 개수를 합쳐도 KBS 3건·MBC 3건·SBS 3건에 불과했습니다.
지상파3사가 중계를 하지 않고 온라인 중계권을 네이버가 가지다 보니 유튜브에서도 잘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한 시청자는 “원래 지상파 3사가 만들어냈을 올림픽 관련 유튜브 콘텐츠가 줄어든 것 같다. TV중계 보다 이로 인한 부가 콘텐츠 생산이 줄어든 것이 이슈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겠죠. 이탈리아와 시차가 8시간 발생하면서 주요 경기가 새벽 시간에 방송되는 악재도 있었고요. 전반적으로 동계올림픽에 하계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해 관심도가 낮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 스포츠 행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김연아로 상징되는 ‘스타 선수’들이 이전보다 적다는 점도 차이라고 할 수 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JTBC가 중계권을 확보한 것이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JTBC는 동·하계 올림픽뿐 아니라 월드컵 중계권도 다량으로 확보한 상황입니다. 스포츠 행사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 모멘텀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JTBC는 중계권을 사들인 다음 지상파3사에 재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장기간 협상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공영방송은 중계권을 확보하려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KBS가 중계권을 확보하지 않아도 사회적 비난에 직면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협상 과정을 들여다보면 중계권을 담당한 중앙그룹 계열 PSI가 지상파 방송사들을 상대로 공개입찰을 두 차례 진행했으나 난항을 겪었고, 비공개 입찰을 한차례 진행했으나 이마저도 결렬되고 ‘비방전’ 양상으로 흘렀습니다.
쟁점을 살펴보면 PSI 측은 지상파3사가 별다른 이유 없이 비밀유지확약서 제출을 거부했고 비밀유지확약서 내용을 수정하려는 요구가 반복됐다며 지상파 3사를 비판했습니다. 지상파3사가 협상 과정에서 정보를 공유한 것을 ‘담합’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지상파3사는 PSI가 여러 행사를 묶은 ‘패키지’로 무리하게 판매하려 한 점과 비밀유지확약서에 무리한 내용을 담으려 했다는 입장입니다.
법적 대응까지 이어졌습니다. 지상파3사는 무리한 패키지 입찰과 3사가 협력을 못하게 한 점을 문제 삼으며 중앙그룹과 PSI가 방송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 절차를 중지해야 한다며 가처분을 제기했으나 기각됐습니다. 중앙그룹은 지상파3사가 2011년부터 스포츠 중계방송 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장기간 담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지상파3사 중 한 곳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면 다른 2개사에 300억 원씩 ‘위약벌’을 지급하도록 한 규정이 JTBC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인데요. 이를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부당한 공동행위’라는 입장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독점 중계가 이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중계권을 분리해서 싸게 확보하는 것이 목표로 보이는데요. 월드컵과 하계 올림픽은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지상파들도 끝까지 외면하기는 어렵습니다. 협상이 한창일 때 공백이었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해 중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변수입니다.
올림픽을 두고 갈등을 벌일 수는 있지만 방송 뉴스에서까지 일방적 입장을 전하며 ‘비방전’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부적절한 면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비난전으로 이어지는 방송사 간의 중계권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서로 격한 비난을 쏟아낸 과거도 있습니다. 방송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국부유출’과 ‘보편적 시청권’ 개념을 다르게 적용하는 상황도 반복됩니다.
2005년엔 지상파 3사 vs IB스포츠 구도였습니다. 케이블방송 엑스포츠를 소유한 IB스포츠가 2005년 최초로 지상파를 제치고 국제 스포츠 경기 중계권을 따내면서 충격을 안겼습니다.SBS는 메인뉴스를 통해 IB스포츠가 독점 중계를 위해 거액을 지불한 사실을 전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 제시에 대해 국부유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돈을 앞세운 막무가내식 컨텐츠 확보로 국내 스포츠마케팅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KBS 미디어포커스는 “전국 가구 수 30%를 넘는 엑스포츠 채널 미가입자는 TV중계방송을 아예 볼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지상파방송사들의 문제제기가 수용돼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 경기는 90% 이상 국민이 시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 법제화됐습니다.
불과 1년 뒤엔 KBS MBC vs SBS 구도로 바뀝니다. 2006년 방송업계는 초유의 ‘보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이번엔 SBS가 2010~2016년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독점하자 KBS와 MBC가 SBS를 비난한 건데요.
KBS ‘뉴스9’은 “SBS 국익 외면한 독점중계”라고 비판했고, MBC ‘뉴스데스크’는 “국가적 손실 행위”라고 했습니다. KBS ‘뉴스9’은 “SBS가 상업방송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남몰래 독점중계 계약을 맺었다. 방송 중계권료를 크게 올려놓아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됐다”며 “국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는 보편적 시청권의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SBS는 ‘8뉴스’ 리포트를 통해 오히려 KBS와 MBC가 과거 코리안풀을 깨고 독점 중계를 한 적이 많다고 반박했고요. SBS는 ‘국부유출’ 프레임에 관해 “억지”라며 “적정한 가격”이라고 맞섰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때 SBS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자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SBS는 “90% 이상의 가시청 가구를 확보하고 있어 보편적 시청권을 충족한다”, “비싸게 구매하지 않았다” “코리아풀이 다양한 뉴미디어 환경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취한 자구책”이었다고 강조합니다.
2019년 JTBC가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이번에도 ‘보편적 시청권’과 ‘국부유출’이 주된 비판 논리인데요. 2019년 SBS는 ‘8뉴스’에서 <“보편적 시청권 훼손, 국부 유출 우려”> 리포트를 내보냈습니다. “중계권료 폭등을 부추기는 국부유출 시도”라는 내용입니다. 공교롭게도 SBS는 과거 자신들이 공격 받았던 논리를 그대로 썼습니다. 논란이 되자 중앙일보는 “(90% 이상 가시청가구를 확보해) 보편적 시청권 사안에서도 문제없다”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했습니다. 과거 SBS의 해명과 판박이죠. 이 공방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서로 비판하며 날을 세울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협상테이블을 벗어나 메인뉴스를 동원해서까지 비방전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그 논리라는 것도 상황에 따라 쉽게 바뀐다는 것이 과거 비방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죠.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 자신들의 입장만을 반영한 ‘자사 이기주의’ 보도는 시청자를 위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